디자인 공모 플랫폼에 AI로 로고를 만들어 524건을 출품했습니다. 사람 디자이너들과 같은 판에서 겨뤘고, 평균 당선율은 5.9%였습니다.
흥미로운 건 결과가 아니라 무엇이 당선을 갈랐는가였습니다. 처음엔 당연히 디자인 퀄리티라고 생각했습니다. 아니었습니다.
524건의 기록
초기 23일 동안 117건을 냈고 3건이 당선됐습니다. 당선율 2.6%. 워크플로우를 고치며 누적 524건까지 갔고, 평균 당선율은 5.9%로 올라갔습니다.
AI로 만드니 양을 늘리는 건 쉬웠습니다. 하루 5건씩 낼 수 있었죠. 그런데 양을 늘려도 당선율은 잘 안 올랐습니다. 뭔가 다른 변수가 있었습니다.
언제 내느냐가 5배를 가른다
출품 시점으로 데이터를 갈라봤습니다. 결과가 명확했습니다.
- 마감 5일 이상 남기고 출품 → 당선율 8.3%
- 마감 3일 이내 출품 → 당선율 1.6%
5배 차이입니다. 카이제곱 검정 결과 p=0.010 — 우연으로 이런 차이가 날 확률은 1%입니다.
같은 AI가, 같은 방식으로 만든 로고인데 언제 냈느냐만으로 당선율이 5배 갈립니다. 디자인이 아니라 타이밍이었습니다.
마감 직전은 왜 0건인가
가장 충격적인 숫자는 이겁니다. 마감 하루 이내(D-0~1)에 낸 56건 중 당선은 0건이었습니다.
왜일까요. 추정은 이렇습니다.
- 클라이언트는 일찍 마음을 정합니다. 초반 시안 중에서 후보를 좁히고, 그 뒤에 오는 건 거의 안 봅니다.
- 피드백 사이클이 없습니다. 일찍 내면 클라이언트가 "이 방향으로 조금만 더"라고 말해 줍니다. 마감 직전에 내면 고칠 시간이 없습니다.
- 막판에 몰립니다. 다들 마감에 맞춰 던지니 그 안에서 눈에 띌 확률이 떨어집니다.
AI를 쓰면 빨리 만들 수 있다는 게 최대 무기인데, 정작 그 무기를 잘못 쓰고 있었던 겁니다. 빨리 만들 수 있으니 빨리 내야 했는데, 우리는 "더 많이 내자"에만 썼습니다.
그래서 얼마가 남나
돈 얘기를 하면 이렇습니다.
- 당선 1건당 실비 약 8만 5천 원 (낙선분 포함한 전체 원가를 당선 건수로 나눈 값)
- 주력 공모의 상금이 35~40만 원이니 원가율 21~24%, 마진 76~79%
초기 23일 기준 순수익은 약 67만 원이었습니다. 대단한 돈은 아닙니다. 다만 사람이 하던 일에 AI를 붙여서 실제로 돈이 나온다는 걸 확인했습니다.
가져가실 것
공모전이든 제안서든, AI로 양을 늘릴 수 있는 판이라면 이걸 기억하세요.
- 양보다 타이밍입니다. 같은 결과물도 언제 내느냐로 5배가 갈립니다.
- 마감 직전은 버리는 카드입니다. 56건 내고 0건 당선이었습니다.
- AI의 진짜 무기는 "많이"가 아니라 "빨리"입니다. 일찍 내고, 피드백을 받고, 고치세요.